본문 바로가기

희귀 광물

희귀 광물 재활용 기술: 부족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까?

1. 재활용의 필요성과 세계적 관심 증가

희귀 광물 재활용 기술: 부족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까?

전 세계적으로 기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희귀 광물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태양광 패널, 반도체 등 최첨단 제품에는 리튬, 코발트, 니켈, 인듐, 갈륨, 탄탈럼 등 다양한 희귀 광물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은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매장되어 있어 공급망이 매우 불안정하다. 특히 지정학적 긴장, 무역 분쟁, 자원 민족주의 등으로 인해 희귀 광물 확보는 각국의 전략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자원을 찾기보다는 기존 제품에서 희귀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이 미래 자원 확보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원 효율성"을 중심으로 하는 순환 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희귀 광물 재활용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은 2011년 중국과의 희토류 분쟁 이후 폐전자기기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 전략을 강화해왔다. 한국 역시 2023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희귀 광물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민간 주도의 첨단 분리·정련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은 단순한 자원 회수 차원을 넘어, 전략물자의 자립도를 높이고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 주요 재활용 기술과 상용화 현황

희귀 광물 재활용 기술은 크게 기계적 분리, 화학적 정제, 생물학적 추출로 구분된다.

 

먼저 기계적 분리는 전자기기에서 배터리, 회로기판 등을 분해하여 유가금속이 포함된 부품을 분리하는 과정이다. 이 방식은 초기 단계에서 비교적 간단한 장비로도 수행 가능하지만, 회수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수작업이나 반자동화된 설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대규모 처리에 한계가 있으며, 부품 내 금속의 정확한 분포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화학적 정제는 산 또는 용매를 이용해 희귀 광물을 용해시켜 순수한 금속으로 정제하는 기술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침출(leaching), 용매 추출(solvent extraction), 전기분해(electrowinning) 등의 공정이 포함되며, 고농도의 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환경오염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폐전기차 배터리에서 리튬과 코발트를 추출할 때는 황산 또는 질산을 활용한 침출 공정이 주로 활용되며, 이후 여과 및 농축 과정을 통해 순도 높은 금속을 회수한다.

 

생물학적 추출은 특정 미생물이 금속 이온을 선택적으로 흡착하거나 용출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에너지 소비와 화학약품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생물은 철이나 황 화합물을 산화시켜 주변 환경을 산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금속을 녹여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미생물은 천연에서 분리되기도 하며, 인위적으로 유전공학을 통해 금속 회수 효율을 높인 균주가 개발되기도 한다. 이 기술은 상대적으로 저온·저압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하기 때문에 친환경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다양한 금속이 혼재된 전자폐기물에 적용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미생물 기반의 금속 회수 시스템을 상용화 단계에 도입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에 대한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한, AI와 자동화 기술의 도입으로 재활용 공정의 정밀성과 생산성이 점점 향상되고 있어, 재활용 산업이 향후 주요 산업군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활용 기술의 상용화 예시로는 글로벌 광산업체 BHP가 탄자니아의 니켈 재활용 스타트업에 투자한 사례가 있다. BHP는 현재 고철에서 추출되는 구리 공급량이 전 세계 총 생산량의 35%에 불과하지만, 10년 안에 50%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광산회사 리오 틴토도 알루미늄 재활용 기업 지분을 늘리는 등 광물 재활용 관련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작년에 사상 최대치인 5억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재활용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희귀 광물 공급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3. 기술적·경제적 과제와 향후 전망

희귀 광물 재활용 기술은 기대가 큰 만큼 다양한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이다. 천연 광물 채굴보다 재활용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가격 경쟁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수거된 전자폐기물의 품질과 분류 수준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표준화된 공정 적용이 어려우며, 이로 인해 효율적인 대규모 상용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각기 다른 제품에 다양한 희귀 금속이 소량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공정으로 다양한 금속을 동시에 회수하는 데 기술적 난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이 강화되고, 기술 혁신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점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면서, 기업들도 자원 재활용을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지속 가능성과 브랜드 가치 향상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애플은 자사 제품에서 희귀 금속을 회수하는 로봇 ‘데이지(Daisy)’를 운영 중이며, 일본의 도요타 역시 폐배터리 회수 및 재활용 체계를 통해 원료 수급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홀딩스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함께 핵심 광물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로 주목받고 있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은 희귀 광물 재활용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희귀 광물 재활용 기술은 기술적·경제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자원 부족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